혈압박사 김성권의 나트륨 혁명①'나트륨 중독' 벗어날 '혁명'이 필요
글쓴이 : 이호수   날짜 : 14-02-16 11:09  
조회 : 3,445

김성권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mail : skkimim@snu.ac.kr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내과 전문의, 의학박사를 받았다. 1982년부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콩팥(신장) 치료에서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대가이다.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아시아태평양만성콩팥병위원회 한국 대표, 국제신장학회(ISN)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의료정보화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도 지냈다.

저서로는 '새 콩팥과 살아가기'(2006), '평생 가정건강 가이드'(2003)와 같은 일반인들을 위한 책과 '내과학강의록'(2005), '임상내과학'(2004), '내과 키워드'(1999) 등의 전문 서적들이 있다. 아울러 '의료계Y2 문제 해결을 위한 지침서'(1999), 'e-healthcare'(2001), '전자의무기록(EMR)의 개발과 정착'(2001) 등 의료 IT 분야 저서들도 낸 바 있다.
2002년 신지식인상, 2003년 대한민국경영인상(의료IT부문), 2006년 송촌 지석영 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나트륨 섭취 줄이기 운동을 주관하는 '(사)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의 이사로도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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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트륨 중독' 벗어날 '혁명'이 필요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기사입력 : 2013.10.28 18:11 | 수정 : 2013.11.18 09:52

    역사 퀴즈 하나, 중국 당나라 안사의 난, 프랑스대혁명, 간디 불복종운동의 공통점은?
    정답을 바로 떠올린다면 당신은 역사에 대한 꽤나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답은 '소금'이다. 왜 소금이 정답일까?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배웠던 프랑스, 영국, 미국 혁명의 핵심 의미가 뭘까? 많은 설명이 가능하지만 왕, 또는 국가에 속했던 인권(人權)을 일반 백성들이 쟁취한 것이다. 그 전에는 전제 군주나 귀족들이 절대 권력을 지녔고, 백성들은 그들의 부속물이었다. 하지만 이들 혁명은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인격을 갖고 있다는 인권 사상을 세상에 널리 퍼뜨렸다.
    그런데 의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바로 인류 역사를 바꾼 중요한 역사적 대사건의 이면에는 인권(人權) 못지않게 중요한 배경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소금이다. 나는 역사를 '인권과 소금'을 위한 투쟁의 시간으로 정의한다.
    소금 /조선일보DB
    소금 /조선일보DB
    역사는 인권과 소금을 얻기 위한 투쟁

    소금이 역사서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BC 6000년 경 중국 산시성(山西省)의 소금 호수에 대한 기록이다. 소금은 중국 고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심지어 당나라 때는 국가 예산의 50%를 소금 수입으로 채웠다. 이 때문에 소금은 당연히 국가가 생산과 판매를 독점하는 전매품이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여서, 15~16C 이탈리아 피렌체의 가장 유력한 가문이었던 메디치가는 소금과 향신료 등의 전매권을 통해 엄청난 부(富)를 축적했다.
    수천 년 동안 왕이나 귀족, 국가 등 권력이 독점했던 소금의 전매제도는 소금 생산 기술의 발전 등으로 점점 의미가 쇠퇴해 없어졌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20세기까지 남아 있기도 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권력이 소금을 독점하다보니 일반 백성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안사의 난이나 프랑스대혁명, 간디의 불복종운동 등에 소금이 중요한 배경이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도를 식민 통치했던 영국은 소금에 대한 전매제도로 인도인들을 탄압했고, 간디는 저항운동의 일환으로 바닷가로 가서 소금을 채취해 투옥되기도 했다. 소금을 싼 값에 원하는 만큼 얻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그래서 역사적 대사건이나 혁명의 이면에는 소금을 쟁취하려는 욕망이 반영돼 있었다. 소금에 대한 갈망은 혁명을 성사시킨 주요한 동력(動力)으로 작용했다.

    인간이 소금을 쟁취하기 위해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애써 노력해온 이유는 뭘까? 염장(鹽藏)을 위한 소금 수요가 주된 요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시 사회가 점점 발달해 생산, 수확량이 늘면서 제기된 중요한 과제가 바로 잉여(剩餘) 농산물이나 고기, 생선 등을 장기 보관하는 것이었다. 말리거나 훈제하는 등의 방법도 나왔지만, 저장 효과나 맛 등을 고려하면 소금에 절이기, 즉 염장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소금은 염장뿐 아니라 발효에서도 빼놓을 수 없었다.

    소금을 이용한 발효의 원리로 만든 전통 식품은 김치나 간장, 고추장, 치즈, 젓갈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척 많다.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킹들이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생선 대구를 소금에 절여 장기 보관하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들을 오랫동안 먹어오면서 인간의 입맛은 소금에 점점 길들여졌고, 소금을 넣고 조리한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인간의 삶에서 차지하는 소금의 비중은 점점 커졌다. 소금 없이 살 수 없게 됐고, 권력은 소금 독점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어렵게 얻은 소금 주권(主權)을 남용하다

    오랜 역사 동안 인간은 권력으로부터 '소금 주권(主權)'을 되찾아오기 위한 투쟁을 해왔고, 근세기 들어와 이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없을 때는 소중했지만 막상 손에 넣고 난 뒤에는 그 가치를 잊어버렸던 것일까? 소금 주권을 쟁취한 데 취한 우리들은 소금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짠맛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인들은 중독은 약물이나 알콜, 니코틴 등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트륨도 중독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인간은 나트륨에 중독돼 반복적으로 탐닉하게 됐다.

    설렁탕에 소금을 넣는 모습./조선일보DB
    설렁탕에 소금을 넣는 모습./조선일보DB
    가공식품 회사와 외식업계는 전통적인 주식(主食)을 대체할만한 수준의 칼로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히트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먹을거리를 언제 어디서나 값싸게 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내놓은 가공식품은 인간의 짠맛 중독에 편승해 현대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한 폐해는 비만과 아울러 엄청난 양의 나트륨 섭취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인은 생존에 필수한 양의 약 40~50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데, 그 상당 부분이 가공식품 섭취에서 비롯된다.
    현대인이 식품을 섭취하는 3대 통로인 가정, 가공식품, 외식업 중에서 가정의 비중은 점점 줄고, 가공식품과 외식업의 비중은 점점 늘면서 나트륨 섭취량도 계속 늘고 있다. 가정에서 조리할 경우 나트륨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가공식품이나 외식의 경우 소비자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일 방법이 거의 없다. 가공식품이나 외식을 먹을 경우 소금을 적게 섭취할 수 있는 권리, 즉 '소금 주권'이 '내'가 아닌 가공식품회사나 식당 주인들이 갖는 셈이 된다.

    이제 우리는 '나트륨 혁명'을 해야 한다. '권력'에서 빼앗아왔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싼값에 편리하게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가공식품 회사들과 외식업에 넘어간 소금 주권을 되찾아오는 것이 나트륨 혁명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소금 전쟁(Salt War)'이라고 한다. 소금 전쟁이라고 하는 이유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가공식품회사나 외식업체들이 소금 사용량을 줄이도록 법적,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으로 과잉 공급되는 소금, 인간의 몸이 적응 못해

    기술 발전 덕에 소금 제조 원가가 뚝 떨어져 싼값에 공급받을 수 있다. 아울러 가공식품 기술도 급속도로 발달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 가공식품은 나트륨 함량이 높다. 수억 년간 진화해온 인간은 아주 적은 나트륨만으로도 생존할 게 있게 돼 있다. 그런데 불과 수백~수십 년 사이에 인간의 몸에 공급되는 소금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금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물고기가 바닷물에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짧은 시간 동안은 살 수 있지만, 얼마 못가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적은 나트륨에 적응된 인간의 몸에 바닷물과 같은 나트륨이 들어가면 우리 몸은 민물고기와 비슷한 꼴이 된다. 물론 수만 년간 과도한 나트륨에 적응한다면 그에 맞게 진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정은 물론, 가공식품이나 외식업체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나트륨 섭취량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만약 이 혁명에 실패하면 '나트륨 재앙'이 우리와 후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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