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스러운 팔순 잔치
글쓴이 : 김동욱   날짜 : 14-05-28 19:44  
조회 : 1,103
뉴욕에 있는 어느 대형교회의 목회자를 위하여, 그 교회의 장로들이 칠순 잔치를 성대하게 열어 주었다는 기사를 이곳저곳에서 보았다. 그 기사를 읽는데, 금년에 내가 경험한 두 팔순 잔치가 생각이 났다. 잔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조차 없는 조촐한 모임이었지만, 어떤 호화스러운 잔치보다도 즐겁고 값지고 감동적인 자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원로 목회자 두 분이 금년에 팔순을 맞으셨다. 조정칠 목사님께서는 1월에, 정익수 목사님께서는 4월에 팔순을 맞으셨다.

조정칠 목사님을 가까이 모시며 심부름을 해드리고 있는 나로서는, 조 목사님께서 팔순 잔치를 어떻게 계획하고 계실까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자녀분들과 의논하여 필요한 여러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내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에 오고 갔었다. 그러다가 작년 10월 어느 날, 조 목사님께서는 “팔순 잔치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아시기 바랍니다.” 라고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조 목사님의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팔순 잔치를 성대하게 열어드릴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헌데… 그냥 넘기겠다고 하셨다. 해마다 1월 첫째 주일 저녁에 갖는, 동역자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같이 하는, 신년 하례회도 금년에는 갖지 않겠다고 하셨다. 자칫하면 신년 하례회가 변형된 팔순 잔치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조 목사님의 뜻이 워낙 완강하셔서, 따를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1월 중순 어느 날, “산 밑의 백합” 운동에 동참하고 게시는 이호수 집사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그래도… 조 목사님께서 아무리 사양을 하셔도… 우리 가족들끼리(“산 밑에 백합”에서는 동역자들을 “가족”이라고 부른다) 식사라도 같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방법은… 김 집사님께서 궁리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이 집사님과 통화를 마치고, “산 밑에 백합” 가족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모일 모시에 모처에서 조 목사님 내외분을 모시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려고 합니다. 절대로 선물을 준비하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이날의 모임에 관하여는, 조 목사님 내외분께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합니다. 제 이름으로 모처에 예약을 해놓을테니, 시간에 맞추어 참석만 하시면 됩니다.”라고… 그리고는, 조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목사님! 모일 모시에 선약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는데요!” “목사님, 그러시면 저랑 저녁 식사 같이 하실까요?” “좋지! 우리 둘이?” “아니요! 목사님 내외분이랑 이호수 집사 내외랑 같이요!” “이호수 집사 부인도?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이 집사 부인도 온다면 꼭 가야지!” 그렇게 모사(?)를 꾸몄었다.

헌데… 우리가 모임을 갖기로 한 날,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도 오고… 운전하기에 불편할테니 다음에 만나면 어떨까?” 라고 전화를 걸어오실까봐 얼마나 불안했던지!!!

조 목사님 내외분을 비롯하여 11명이 함께 한 자리였다. 팔순을 축하하는 케익도 준비하지 않았었다.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 드리고, 모두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한 것, 그것이 전부였다. 참석자들 모두가 조 목사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익히 알기 때문이었다.

정익수 목사님을 위한 팔순 잔치(?)는 뉴욕총신대학, 신학대학원 본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 13명의 공모(?)로 이루어졌다. 학생들 13명의 뜻을 모아 비용을 모았다. 1인 당 $ 100 씩을 부담하기로 하였다. $100을 한번에 낸(?) 사람들도 있었고, $ 10씩 열 차례에 나누어 낸(?)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모아진 돈으로 같이 식사를 하고, 소액이지만 축하금을 전해 드리기로 하였었다.

헌데… 총장님께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셨었다. 총장님께서 학생들에게 “짬뽕을 사” 주실 생각을 하고 계셨었다. 총장님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을, 우리 모두가 식당에 도착해서야 알 수 있었다. 학우회장이 식당의 종업원을 불러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총장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라고 물으셨다. 학생들의 설명을 모두 들으신 총장님께서는 “아니… 내가 짬뽕 사 줄려고 했는데…” 라시며 우리들의 거사(?)를 무산시키려 하셨다. 13명의 단합된 목소리가 총장님을 이겼다.

학생들 13명이 마음을 모아 한 줄 한 줄 쓴 축하 카드에, 기 백 불의 축하금을 같이 넣어서 전해드렸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돈을 보신 총장님께서는 깜짝 놀라셨다. 그 돈을 도로 돌려주려고 하셨다. “다음 학기에 등록금을 할인해 주어야겠”다고 까지 말씀하셨다. 13명이 일치 단결하여 “총자니~~~~임!!!”을 외쳤다. 우리가 결코 져서는 안되기에…

자리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정 총장님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신학교를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감사의 인사를 하셨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우리 열 세 사람들 모두도 참으로 기뻤고 감사했다.

이호수 14-05-29 00:58

귀한 글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올곧은 생각과 대쪽같은 주관으로 세상을 바라보시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지적하심을 믿습니다.

김동욱 14-05-29 10:41

위의 글을 지난 21일에 중앙일보에 보냈습니다.
제가 보내는 글은, 모두 실어 왔는데...
첫 부분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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